[월요기획]일리노이 공화당 검찰총장 후보 스티브 김
1990년대 초 대학생의 신분으로 스티브 김은 워싱턴 DC의 연방 하원의원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방학을 이용해 의원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급도 좋다며 자원봉사를 자청해 여러차례 시도한 결과 당시 일리노이 주 출신의 톰 소여 의원실에서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일리노이주 첫 아시안 선출직에 도전하는 스티브 김 일리노이 검찰총장 공화당 후보가 정계에 진출할 바탕이 마련된 것도 여기서 출발했다. 그 후 스티브 김은 일리노이 주 정부의 인턴직에 채용됐고 1년 후에는 능력을 인정받아 주 상무부 직원으로 일하게 됐다. 또 주지사실 직원으로 일하면서는 짐 에드가 당시 주지사와 함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견문을 넓혔다.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공석이 된 노스필드 타운십 의원에 출마, 당당하게 당선됐다. 하지만 재선에 실패한 뒤 AT&T, 워너브라더스 케이블 TV 부사장 직을 맡아 민간 부문에 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쌓았다. 사실 김 후보는 올해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였다. 주하원 정도의 적당한 자리가 나면 출마를 고려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긴 했지만 주 검찰총장직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 출신 주지사의 잇단 스캔들과 주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실정이 부각되면서 젊고 신선한 후보가 검찰총장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또 현직인 리사 매디간 민주당 후보와 맞서기 위해서는 아시안이면서 기존의 정치인이 아닌 스티브 김이 적격이었다. 김 후보는 “분명 쉽지 않은 선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 차원에서 지원을 약속받았고 주지사, 연방 상원과 공동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치 신인과 다름 없는 나에게는 큰 소득”이라며 “주 전체에 스티브 김이라는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나중을 고려해서라도 출마가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출마 배경에는 함께 출마한 마크 커크 연방 상원 후보와 댄 루터포드 주재무관 후보 등의 설득이 있었던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상황도 좋다. 우선 선거는 돈 싸움이라는 측면에서 일리노이공화당의 기금 모금 실적은 매우 긍정적이다. 2008년 일리노이주 공화당의 12월 기금 모금 실적이 1만달러였던데 반해 작년 12월에는 무려 10만달러가 모였다. 보통 연말에는 선거까지 1년 가까이 남았다는 점에서 많은 기금이 몰리지 않을 때다. 하지만 2년 전에 비해 10배의 돈이 몰렸다는 것은 그만큼 공화당원들이 이번 선거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얘기고 많은 표가 나올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공화당 출마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이 10만달러는 기금 모금 행사가 아닌 온라인을 통해서만 모금한 수치다. 또한 주지사와 연방 상원, 주검찰은 모두 같은 당 소속 후보를 뽑는 경향에 따라 공화당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본선거를 9달 정도 남겨둔 지금 김 후보의 현실은 쉽지만은 않다. 일단 주 전체를 지역구로 하기 때문에 가급적 많은 지역을 발로 뛰어야 한다. 일리노이에는 모두 102개의 카운티가 있는데 한번 씩은 방문해 유권자와 스킨십을 나눠야 한다. 주로 카운티 박람회나 링컨 데이와 같은 이벤트에 맞춰야 하는데 현재는 거의 대부분 홀로 소화하고 있다. 또한 막대한 선거 자금도 큰 걸림돌이다. 상대인 민주당의 매디간 후보는 특별한 기금 모금 행사 없이도 현재 300만달러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100만달러 이상은 있어야 하는 김 후보에게는 벽이 높다. 박춘호 기자 polipch@koreadaily.com